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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물 [제5화] 유럽/아시아 컨테이너 선사의 발달

등록일OCT 19, 2021

[제5화] 유럽/아시아 컨테이너 선사의 발달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뵙게 되네요.

이젠 제법 코끝에 시원한 찬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완연한 10월의 가을 기운이 느껴집니다.

저는 가을이 활동하기 좋고 사색하기도 좋아 완벽한 계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잔의 여유


해마다 느끼지만 가을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동안 포스팅 해드린 물류 이야기 재미있으셨는지요? 저도 사실 물류 전문가라기 보다는 해운 전문가 쪽에 가까워 해운 상식 위주로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꼬꼬해’ 라고 바꿀까도 생각해보았는데, TV 방영하는 ‘꼬꼬무’와 라임이 맞지 않아 ‘꼬꼬물’로 유지를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제 전공인 ‘해운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럽과 아시아의 Top 5 해운회사, 그리고 해운동맹에 대해 다루어 볼까 합니다.

지난번 미국의 Sea Land, APL이 만들어낸 컨테이너 역사와 이러한 역사를 제대로 이어받지 못하고 미국의 컨테이너 해운사들이 사라져 버린 배경에 대해 말씀을 드렸습니다.

미국이 컨테이너 해운 산업을 포기한 이후 컨테이너 해운의 주도권은 유럽이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후발 주자들도 일부 그 바톤을 이어갔습니다.

유럽의 컨테이너 선사를 말하자면 Maersk Line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Maersk의 모태는 1904년에 세워진 덴마크의 '스벤보르 증기선사(Dampskibsselskabet Svendborg)'이며, 1966년 첫 컨테이너 서비스를 시작하였습니다.

1904년이면 역사가 100년이 넘었네요. 100년이면 아주 오래된 것 같지만, 사실 꼬꼬물 2화에서 말씀드린 Kuhne+Nagel, Danzas, Schenker, Panalpina 등이 1700년대 말에 설립된 것을 감안할 때 현재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은 International Freight Forwarder들의 증손자뻘 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 혁명 시대에도 많은 선사들이 있었으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경쟁에 밀려 역사의 대부분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에 비해 Forwarding 및 물류사들은 1700~1800년대 철송, 1900년대 컨테이너 및 Trucking 서비스 등을 토대로 성장을 해왔고, 현재는 종합물류 및 디지털화를 통해 새로운 트렌드에 맞추어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선사들도 이에 뒤질세라 항공, 창고, 하역, 육송, 통관, e-Commerce 등 종합물류 비즈니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고, 디지털화를 통한 효율성, 생산성 개선을 위해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Maersk, CMA-CGM, Hapag Lloyd 등 유럽 대형선사들의 디지털화 및 종합물류 서비스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돋보입니다. 그중에서도 Maersk는 더 이상 선사라 부르는 것보다 선박을 소유한 종합물류 회사로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해운 선사의 개념이 과거와 비교해서 180도 바뀌었고, 일부 유럽 선사는 해운 상품 판매보다는 부가 해운 상품 판매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Maersk 얘기로 돌아가서 Maersk는 1996년 6,000 TEU 대의 초대형 선박을 처음으로 발주하여 대형선 시대를 열었고, 이후 지금까지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선사 자리를 놓지 않았습니다.

당시 아시아~유럽 항로에 세계 최대의 선박 Maersk Regina는 그 규모에서 세계를 놀라게 했고, 필자도 홍콩에서 회의에 참석하여 Maersk Regina의 처녀 출항을 보며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지금의 23,000 TEU 급 선박에 비하면 소형선이나 마찬가지인 선박인데, 당시에는 그 선박이 얼마나 웅장해 보이던지 감동을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출처 : Maersk 홈페이지)
이건 마치 어릴 적 한없이 넓어 보였던 초등학교 운동장이 어른이 되어 다시 가보니 저희 집 뒷마당만하게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요? 애고! 그렇다고 저희 집 마당이 넓다고 자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저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아! Maersk 얘기를 마저 하겠습니다. Maersk Line은 미국의 Sea Land사의 합병에 이어 2005년 네덜란드의 공룡 선사인 Nedlloyd까지도 합병을 하였죠.

당시 Nedlloyd는 1995년 영국 Swire Group의 P&O Containers Ltd를 합병한 당시 세계 2위의 공룡 선사였죠. P&O Ferry는 현재도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유럽의 대중들에게는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출처 : P&O Ferry 홈페이지)
Nedlloyd 인수로 Maersk는 세계적인 공룡기업으로 다시 한번 자리매김을 하였습니다.

2000년도 초반 당시 Asia-Europe Trade의 시장점유율은 1위 Maersk, 2위 P&O, Nedlloyd, 3위 한진해운, 4위 Evergreen, 5위 Hapag Lloyd, 6위 APL, 7위 Cosco 순으로, 유럽과 아시아 선사들이 비교적 고르게 시장을 지배하였습니다. 결국 Nedlloyd 인수로 Maersk의 선복 점유율은 세계 해운 시장 전체 선복의 약 23% 내외를 차지, 이때부터 EU 경쟁총국 내에서도 Dominant Position(지배적 지위)를 유지하는 타겟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금의 공룡선사인 MSC, CMA-CGM 등은 선복량 기준 10위권 밖에 위치한 중대형 선사였는데, 이 이후에 선복량을 급격히 늘려 거대 선사로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Safmarine, OT Africa, Seago, Hamburg Sued 등 많은 해운 회사를 흡수 합병하여 서비스와 선복을 확대해왔고, 최근 몇 년 전 종합물류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여 명실상부한 세계 1위 컨테이너 서비스 선사의 위치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지난달 Maersk 본사를 방문하고 찍은 사진입니다.


널찍한 마당에 Maersk 컨테이너를 전시해 놓았습니다. 유럽인들답게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고맙게도 저희와 회의에 같이 참석을 해주신 Maersk의 CEO께서도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왼쪽부터 Maersk 본사의 Manuel Olberding (Commercial Director), Ditlev Ingemann Blicher (아주본부장 SVP), 삼성SDS Pricing팀 최진경 그룹장, 그리고 저이며, 제 우측으로는 Maersk CEO인 Vincent Leclerc, 삼성SDS 오구일 전무, 삼성SDS 유럽 권역 Ward Brekelmans, 그리고 Maersk의 Mikael Povlsen (Key Client Head), Sylvia Ding (CTO) 입니다.

Maersk의 뒤를 이어 선복 규모 측면 2위를 달리고 있는 MSC를 소개 드립니다.

MSC는 Family 기업으로, 1974년 탄생된 비교적 신생 기업입니다. 창업자인 Gianluigi Aponte에 이어 그의 아들인 Diego Aponte가 회장 및 CEO를 맡고 있습니다. 창업자 Gianluigi Aponte는 이태리인으로, 당초 Italy-Somalia 노선을 필두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본사를 스위스 제네바로 옮겼고(이유는 지난번에 말씀드렸죠!), 대부분의 요직은 이태리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Aponte는 용선 시장의 귀재로 알려져 있는데, 그동안 Freight Market 보다는 Charter Market을 효과적으로 주도하며 성장을 하였습니다.

MSC는 과거 FEFC Conference에 가입하지 않은 비동맹 선사로, 회사의 선적 실적 매출 등이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성격이 전혀 다른 Maersk Line과 서로 Alliance 관계에 있어 잦은 마찰이 있으나, 그런대로 서로의 필요에 의해 지금까지 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22년 Order Book 기준 MSC는 총 선복량 440만 TEU로, Maersk를 제치고 전세계 선복량 순위 1위로 등극하게 됩니다. Maersk Line에서 디지털화와 종합물류 서비스를 강조하는 동안 MSC는 선복 확보에 매진을 하였습니다. 지난달 MSC 본사 방문 시 뵙게 된 MSC CEO인 Mr. Soren Toft에 의하면 MSC는 향후 장기적인 선복량 부족에 대비해 선복 확보 우선적 추진 후 디지털화 및 종합물류 회사로서의 기반 구축에도 나서겠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참! 여기서 꼬꼬물의 특징을 살려 위에서 언급된 Conference에 대해서도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후훗


Conference는 한국어로 ‘회의체’라는 단어로 해석이 되나, 과거에는 ‘동맹’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현재는 각 선사별 효과적인 선복 운용 및 대 Vendor와의 비용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동 선복 운영(Joint Operation) 차원에서의 Alliance를 ‘동맹’이라고 지칭하고 있으나, 과거에는 ‘Conference’를 ‘동맹’으로 불렀습니다. 그럼 이 Conference의 정체가 무엇이냐구요?

여러분, 아시다시피 각 나라마다 공정거래를 주도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유럽은 EC(European Council) 내 경쟁총국(Competition Directorate)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고, 미국은 FMC, 중국은 MOT, 그리고 우리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아주 역내 23개 선사를 대상으로 아주 역내 노선, 한중 노선, 한일 노선의 공정 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징수한 사례가 있는데, 각 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선사 간의 경쟁법 준수여부에 대해 Monitor하고, 건전한 경쟁을 통한 시장 건전성과 산업의 균형적인 발전 도모, 그리고 소비자들의 권익보호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경쟁총국(EC Directorate Competition)에서는 해운산업의 특성상 유럽을 기항하는 해운사 간의 시황 논의, 자료 교환, Surcharge Tariff 공동 사용, 운임 인상 협의 및 공표 등을 경쟁법 위반으로 보지 않고, 유럽의 경쟁법(EU Regulation 4056/86)에 대해 이른바 포괄적인 면제(Block Exemption)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유럽에서 해운 산업은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어느 정도 시장에 대한 협의 없이는 해운산업의 생존이 어려워 경쟁법으로부터 포괄적인 면제를 받아왔던 것입니다.

이로 인해 선사들의 운임 및 선복 협의체인 Conference(동맹)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Europe의 Conference(동맹)에는 FEFC(Far Eastern Freight Conference), TACA(Trans-Atlantic Conference Agreement), SEAC(South Europe America Conference) 등 Trade별 Conference가 있어 사무국 및 Bound별, Area별 협의체도 별도 운영하며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여 왔습니다.

하지만 2008년부터 EU의 결정으로 이러한 포괄적 면제가 폐지되어 선사들은 자유경쟁 체제(Free Competition)에 놓이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같은 해에 리먼사태가 발생하며 해운 운임은 급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옛날을 회고하며 차분하게 글을 쓰고 있지만, 모든 해운인들에게 이 시기는 참으로 고난의 시기였고 아픈 과거였습니다. 선사들의 해운 협의체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다음은 CMA-CGM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CMA는 레바논계 프랑스인 Mr. Jacque Saade에 의해 1978년 창업된 프랑스계 민간 해운회사입니다. 향후 공기업인 CGM을 병합하여 지금은 명실공히 세계 3위의 컨테이너 선사로 부상하였습니다.

CMA-CGM은 2018년 APL(NOL에 의해 인수된 미국 대통령 선사로 소개드렸죠!)을 인수하여 명실 상부한 공룡선사가 되었으며, 2019년 International Freight Forwarder인 CEVA를 인수, 종합물류 및 항공 서비스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프랑스는 1600년대부터 왕이 직접 Cargo와 물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고 하더군요. 금시초문 같지만 '태양왕'이라고도 불리는 루이 14세가 ‘짐은 국가다’라고 할 정도로 Cargo와 물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아! 반응이 싸늘하네요.

하핫 죄송


빠르게 다음 선사 소개로 넘어가겠습니다.

유럽의 선사 중 17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독일의 Hapag Lloyd 가 있습니다.

Hapag Lloyd 설립 이후 수차례의 Merging 과정을 거쳐, 현재는 Kuhene+Nagel의 대주주인 Mr. Kuhne, CSAV Germany Container Holdings, Hamburg 시 정부의 지분으로 구성된 유럽 3위, 세계 5위의 컨테이너 선사입니다.

유럽 내 제조업 강국이자 해운 강국인 독일은 2000년도 이전에 Hapag Lloyd, Senator Line, Hamburg Sued 등 우수한 컨테이너 해운 회사들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중 독일의 2위 선사였던 Senator Line은 한진해운에 인수되고, Hamburg Sued는 2018년 Maersk에 인수되었습니다.

100여년의 역사적을 자랑하는 독일의 컨테이너 컨테이너 선단들이 각각 다른 나라의 거대 컨테이너 선사에 인수되고, 반대로 Hapag Lloyd는 UASC, Neil Dutch 등 유럽, 중동의 컨테이너 선사를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최근 독일의 선단이 Hapag Lloyd를 중심으로 하나로 합쳐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Hapag Lloyd는 한때 큰 경영난에 빠져 APL에 인수되는 것으로 거의 결정되었다가 마지막에 번복되어 기사회생한 선사로, 오래 전부터 Hamburg 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였던 선사입니다. Hapag Lloyd를 인수할 만큼 기세가 등등했던 APL(NOL)이 지금은 프랑스의 CMA-CGM에 인수되는 것을 보면 어느 누구도 해운 시장의 역동성과 해운회사의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우리와 가까운 아시아 국가의 주요 컨테이너 해운 회사를 소개하겠습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선사는 규모면에서 우선 Cosco Group을 꼽을 수 있습니다.

오호라?


Cosco는 1970년대에 설립된 중국의 해운 공기업으로, 2016년 China Shipping을 합병하며 Cosco Group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이어 홍콩의 OOCL까지 흡수하여 CMA-CGM과 비슷한 선복량을 유지하고 있는 아시아 최대의 선사입니다. 중국 일대일로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세계 3~4위의 선사로, 이탈리아, 그리스, 아프리카, 북유럽 등에서 Terminal, Warehouse 등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한진해운과 더불어 한국, 대만, 일본, 중국 선사들의 Alliance인 CKYH의 Leading Carrier 역할을 하였으나, 지금은 CMA-CGM, Evergreen 등의 대형 선사들과 함께 Ocean Alliance의 주축 멤버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의 NYK, MOL, K-Line을 합쳐 하나로 만든 회사 ONE, 한국의 HMM, 대만의 Evergreen과 Yangming, 그리고 이스라엘의 Zim Line 등이 6~10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6년 한진해운 법정관리의 충격과 컨테이너 해운 시황 악화 이후 선사들의 인수 합병이 계속되어, 현재는 20위 선사 중 8개가 사라지면서 역설적이게도 선사들의 경쟁력 강화에 적잖은 기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한/중/일 각각 2~3개씩 포진되었던 극동의 선사들이 인수 합병 또는 파산으로 지금은 국가별 1개의 글로벌 선사로 재편되어 유럽 선사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남아 있는 선사들은 2000년대 초반 글로벌 선사들의 합리화 및 2015년 이후 시황 악화에도 정부의 지원이나 자체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룡 선사의 치킨게임에서 생존을 유지하여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최근에는 미주 지역의 코로나19 특수, 미 서안, 동남아, 유럽의 항만 혼잡, 미 내륙 Intermodal 서비스 혼란 등이 실지 공급량 감소 효과 및 컨테이너 장비 부족 현상을 초래하며 운임의 반사 상승 효과로 선사들이 뜻밖의 초호황을 누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살아남은 선사들은 때 아닌 어닝 서프라이즈 상황을 맞게 된 것입니다.

[ 최근 2년간 SCFI (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 추이 ] (출처 : Shanghai Shipping Exchange)
여러분, 요즘 열풍을 일으키는 ‘오징어 게임’이라는 Netflix 시리즈를 보셨을 것입니다.

선사에게 2016년은 오징어 게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살아남은 자는 모든 영화를 다 거머쥐게 되어 ABBA의 노래처럼 'Winner takes it all'이 되었지만, 경쟁에서 뒤처진 자들은 세상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 모습을 보며 마치 2016년 이후 세계 컨테이너 시장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당시 필자는 한진해운 유럽본부 마케팅 총괄을 맡고 있었는데, 시황 악화로 운임 수준이 놀랍게도 FEU 당 100 USD까지 하락하고, 급기야 FEU 당 운임 수준 75 USD에 Incentive 100 USD를 화주에게 환불해주어 컨테이너 역사상 마이너스 운임을 기록하게 되는 치욕을 맛보았습니다. (물론, 한진해운의 운임은 아닙니다). 이토록 거대 자본을 가진 회사의 치킨게임에 많은 선사들이 희생을 당했습니다. 이로 인해 가치 있는 많은 선사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지금 컨테이너 시장 운임이 극단적으로 오르는 것을 보면, 거대 자본을 가진 선사가 치킨게임을 통해 경쟁자를 몰아내고, 다시 시장 운임의 몇 배가 되는 운임으로 이득을 취하는 다소 의도적인 전략이 숨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무룩


오늘은 너무 우울하고 심각한 얘기만 한 것 같습니다. 현실은 이렇게 냉엄하고 무서운 것입니다.

이러한 끔찍한 시황 가운데서도 해운산업이 발전된 주요 국가들은 해운선사에 대한 보호 정책을 펴왔습니다.


특히, 중국, 프랑스, 덴마크, 일본 등 많은 해운 선진국들이 기간산업이고 장치산업이자 중후장대산업인 해운산업을 살리고자 갖가지 보호 정책을 펼쳤고, 이 시기에 우리나라만 애매한 정책으로 국적 선사의 수와 운영 선복은 오히려 대폭 감소하고 말았습니다. 그때 해운 정책을 다르게 펼쳤다면 지금 같은 해운 대란 속에서 국내 수출업체들의 선복 문제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지 궁금합니다.

여러분들이 잘 주지하시는대로 현재 아시아발 유럽향 Spot 운임은 Main Port 기준으로 FEU 당 12,000~14,000 USD로 상승하였습니다. 이는 과거 10년 동안의 평균 운임 대비 7배 정도 인상된 수준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2016년 운임에 비교를 한다면 수십 배가 인상되었습니다. 그리고 화주들은 선복이 없어 수출을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맞게 되면서 선복 부족으로 국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형국이 되어 버렸습니다.

반면, 선사들의 영업이익률은 현재 50%가 넘어가고 있어, 이를 통해 지난 10년간의 적자를 한번에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의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선사 출신인 저로서도 선사들의 이익 확대는 반가운 일이지만, 이익 폭이 다소 적더라도 장기적인 해운산업의 이익이 답보되어야 타 산업과 함께 조화로운 발전을 가져올 수 있고, 해운산업의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역은 대한민국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고, 해외 운송의 99% 내외를 해운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시행착오와 아픔을 거울삼아 무역 선진국 위상에 걸맞는 해운 선진국, 물류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여러 물류인들과 정부가 모두 힘을 합치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해운물류 강국으로 자리잡는 그 날을 꿈꾸며, 2주 후 밝은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Cello Square 최덕림 고문 Cello Square 최덕림 고문

유럽에서 13년 주재근무를 하면서
유럽의 각종 세계 해운 환경 Forum과 Conference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참가하여,
한국보다는 유럽 해운 물류계에서 알려진 글로벌 해운 전문가

  • (현) 삼성 SDS 상임고문
  • (전) 한진해운 상무
  • (전) 현대상선 상무
  • (전) 사단법인 함부르크 경제인 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