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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 대러시아 금융 제재

등록일APR 18, 2024

출처 : 물류신문, 물류신문사2024.04.12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 대러시아 금융 제재 (출처 : 물류신문)
대(對)러시아 금융 제재와 유라시아 물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미국, 유럽연합, 우리나라와 일본 등 서방 진영 50여개 국가는 러시아의 법인과 개인에게 금융, 교역, 에너지. 물류, 출입국 등 다방면의 제재를 취하고 있다.

SWIFT 차단
대러 제재의 핵심은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차단이다. SWIFT는 국가 간 송금-결제를 위한국제금융망통신협회다. 달러, 유로, 파운드, 엔, 위안, 원 등의 통화가 환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SWIFT를 통해 A국가의 금융기관에서 B국가의 금융기관으로 이동한다. 1만개가 넘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SWIFT 코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러시아 대부분의 금융기관의 SWIFT 코드가 차단되었으며, 러시아에 진출했던 일부 외국계 은행이 러시아를 떠났다. 대신 석유, 가스 원자재 거래를 위해 러시아의 일부은행과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은 여전히 열려 있다.

SWIFT 차단은 물류-운송부분에서도 다양한 제재로 연결되었다.
- 러시아와 관련된 운송보험, 수출신용보험 제한
- 방산, 기계, 자동차, 전자제품 등 러시아로의 수출 제한
- 수산물, 알코올, 비산업용 다이아몬드 등 러시아로부터 수입 제한
- 러시아로의 선박, 항공기 운항을 축소, 제한 또는 금지
- 러시아 항공기, 선박의 유럽 영공, 영해 운항 축소, 제한 또는 금지
- 서방 보험사들의 러시아에 대한 보험금 지급 거절
- 러시아향 또는 경유 시 보험 부보 거절, 제한

러시아 등록 법인, 러시아 여권 소지자, 러시아 거주 외국인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제재 은행이 변경될 때마다 다른 은행에 신규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은행에서는 많은 서류와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예전부터 유럽, 중동에 계좌를 보유한 회사는 이를 활성화하면 되지만,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회사는 터키, 두바이,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 해외에서 합작이나 단독법인을 만들고 은행 계좌를 만들어야 했다. 대러 제재로 인해 러시아는 금융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반면에 주변국들이나 중립국들은 금융, 교역, 물류의 실물 경제가 나아져 갔다.

카드 사용을 통한 결제도 불편해졌다. 러시아에서 발급된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JCB 등은 해외에서 사용할 수 없고, 해외에서 발급된 카드도 러시아 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 현지 카드 시스템인 Mir, 중국의 유니온페이를 사용해야 하는데. 러시아 또는 10여 개 국가에서만 부분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제약이 많다.

러시아의 대응 조치
SWIFT 차단은 서방의 초강력 금융 제재다. 송금·수금 중단, 수출입무역 차질, 서방 국가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의 주식 거래 중단, 러시아가 보유한 해외 자산 동결, 러시아 증시 하락, 외국 기업들의 이탈 등으로 실업률 증가, 환율 평가절하, 인플레이션 급등 등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경제 위기를 기대했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약 7년 만에 약 6,000배의 환율 평가절하를 겪으면서 1998년 모라토리엄을 겪은 바 있다. 따라서 서방은 차단 이후 약 3~4개월 내 러시아 국가부도 사태나 정부의 퇴진을 예측했다.

SWIFT 차단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여러 조치들을 단행해 나간다.
1) 개방적인 금융 정책을 일시적 중단하고, 중앙집권적 금융통제로 전환
2) 러시아 천연가스, 석유를 비우호국가에 루블화로만 판매
3) 달러나 유로 대신 해외 거래 시, 루블이나 상대 교역국 통화 사용
-중국 위안화, 인도 루피, 브라질 헤알, 터키 리라 등으로 다각화
4) 수출업체 외화수익의 최소 80%를 입금 후 최소 90%를 루불화 강제 환전
5) 2024년 9월 9일까지 외화인출 제한 조치
- 개인은 최대 1만 달러 이내에서 인출 가능
- 지점/사무소는 달러, 파운드, 유로, 엔화 등을 수령하거나 송금할 수 없음
6) SWIFT 대신 러시아 결제망과 중국 결제망 활성화
7) 서방 진영의 카드사 대신 러시아나 중국 카드사 활성화

서방의 대러 제재에 대해 러시아는 다음과 같이 물류적으로 대응했다.
- 선사 : 러시아와 중국, 인도, 브라질 간 직항 노선 개설
- 항공 : 북경, 상해, 두바이, 이스탄불, 타슈켄트 노선 활성화
- 시베리아 횡단철도 : 유럽향/발 대신 러시아, 중앙아시아향/발 위주 운영
- 중국 횡단철도 : 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유럽 노선을 유지하며 중국 철도와 협업
- 이란 철도 : 이란 철도, 트럭, 항구를 통해 이란, 인도, 인도양, 중동 교역 활성화
- 북극 항로 : 상해, 중국발 컨테이너 화물로 북극 항로 운영

대러 제재 시행 26개월이 지난 현재(4월 초순) 러시아 경제 수치는 다음과 같다.
- 환율 : 전쟁 직후 1달러당 75루블에서 약 120루블까지 오르다 2024년 4월 현재 약 92루블까지 하락
- 기준금리 : 전쟁 직후 9.5%에서 20%까지 올랐다가 2024년 4월 현재 16%까지 하락
- 소비자 물가 : 2022년 11.9%, 2023년 7.4%
- GDP : 2022년 -1.2%, 2023년 3.7%
- 실업률 : 2022년 3.9%. 2023년 3.2%

SWIFT 차단이라는 경제 핵폭탄을 맞고, 미국 주도의 서방 50여 개 국가와 경제 전쟁을 벌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는 무너지지 않았고, 반대로 대러 제재를 강화한 유럽경제는 하향 곡선을 그렸다. 러시아와의 송금·수금이 어려워졌다 한-러 간 금융 상황 대러 제재 참여로 러시아의 비우호국 명단에 우리나라가 포함되면서 한국 법인이나 우리 교민들은 자산 매각과 해 외 송금·수금에 제한이 많다. 러시아에서 우리나라로 송금은 어렵다. 2024년 3월 현재 상황은 이렇다.

1) 달러, 유로 : SWIFT 제재로 러시아 은행들이 달러나 유로를 우리나라로 보내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러시아 기업들도 자국에서는 달러나 유로를 보유하지 않고, 루블과 위안화를 가지고 있다. 하나은행이나 우리은행의 러시아 계좌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다른 시중은행으로 송금할 수 없지만 하나은행이나 우리은행 한국계좌로는 송금할 수 있다.

2) 위안화 : 러시아 일부 은행에서 우리나라 시중은행으로 송금할 수 있다. 그런데 이때 통상적으로 Bank of China를 중계은행으로 지정한다. 위안화를 송금할 때는 우리나라, 홍콩, 싱가포르 등이 아닌 중국 본토에 있는 은행으로 송금해줄 것을 러시아측에서 요청하곤 한다.

3) 루블 : 러시아 은행에서 우리나라 은행으로 송금할 수 있으나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루블을 취급하는 한국 내 은행 지점도 감소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으로부터 매출이 발생해서 러시아 기업에 원가가 발생하는 기업들이 주로 사용할 수 있다. 루블 거래 시 은행의 높은 환전 수수료 등을 감안해야 한다.

4) 가상화폐 : 가상화폐로 개인 간 거래는 가능하겠지만 법인 간 거래는 어렵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러시아로 송금하는 절차도 쉬운 것이 아니다. 시중은행에서 러시아의 중국은행으로 달러나 루블을 송금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서류들을 달라고 요구한다. 다른 나라로 송금하는 것과 달리 수취할 회사의 임원 명부, 주주 명부, 수출입 계약서, 운송증권 등 증빙서류를 달라고 한다. 혹시 제재 대상 회사인지. 제재와 연관된 내용이 있는지 등을 은행에서 확인한 후 송금한다.

대러 제재는 미국 또는 EU의 제재 대상에 속한 법인, 개인 또는 제재 대상 품목에 한정되어야 하지만 제재 대상이 아닌 품목이나 기업일지라도 러시아와의 송금·수금은 지연 또는 거절당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2023년 12월 러시아와 관련된 금융회사에 대해 미국에서 2차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그나마 우호적으로 러시아 금융 거래를 지원했었던 중국-터키-UAE-카자흐스탄 은행들도 조심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 주도의 대러 제재 강도는 심해지고 있다. SWIFT 차단을 포함한 대러 제재를 러시아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우리나라의 대러 제재 참여 이후, 한-러 간 불편한 외교 관계가 지속되고 있으며, 적지 않은 한국 기업들과 교민들이 러시아에서 영업 활동 축소, 철수 또는 주변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물동량 감소로 인해 러시아 내 우리나라 물류기업들, 한국 내 러시아 물류기업들의 입지도 대폭 축소됐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여권 소지자는 러시아로 무비자 입국을 통한 관광이 가능하며, 러시아향이나 러시아를 경유한 해상운송, 철도운송이 가능하다. 아울러 비제재 품목과 비제재 법인에 대해서는 수출입이 가능하고 러시아로의 송수금이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았다.

KOTRA 모스크바 무역관에서 한-러 간 금융 상황들을 매월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으므로 이를 참조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