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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북극항로, 새로운 성장동력 될 수 있을까

등록일2025-07-01

출처 : 물류신문, 석한글 기자 2025. 06. 25

글로벌 경쟁 심화 속 해운·조선·에너지·과학 등 종합 전략 필요
물류신문

(출처: 물류신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여러 차례 북극항로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며,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에도 대통령실을 개편하면서 해양수산부 이전, 북극항로 개척을 담당할 해양수산비서관을 신설했으며,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도 북극항로 선제적 준비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주요 수출입 루트 중 하나인 수에즈 운하와 남중국해가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로 인해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북극항로는 단순히 기후변화 속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노선을 넘어 경제적, 전략적 가치를 지닌 곳으로 부상하고 있다.

부산~로테르담까지 기존 대비 10일가량 단축

북극항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북극해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해상 경로를 의미한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가는 북극해 항로와 캐나다 북부 해안을 따라가는 북서항로, 북극점 주변을 지나는 북극점 항로로 나뉜다.

과거에는 두꺼운 해빙으로 인해 연중 운항이 불가능했지만,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로 인해 운항 가능 기간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이 중 실질적인 운항 가능성이 높은 곳은 러시아의 북극해 항로다. 2030년경에는 여름철 북극 중심을 통과하는 항해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북극항로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존 항로에 비해 운항 거리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기존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항로를 이용하면 약 2만 2천km를 35일가량 소요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1만 5천km를 25일간 운항한다. 이는 운송비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비를 줄여 물류비를 절감할 뿐 아니라, 운송 시간을 단축해 물류 효율성 증대라는 부가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다.

또한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협으로 인해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수에즈 운하의 경우, 2021년 ‘에버기븐호’ 좌초 사고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후티 반군의 공격 등으로 인해 운항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도 불안한 중동정세가 이어지면서 관련 국가와 기업들은 계속해서 비상 대응 태세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우리 해상 무역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남중국해도 미·중 갈등으로 인해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에 있어 중요한 두 항로에 대한 위협이 계속될 경우, 경제·에너지 등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사적 대립, 기상 변화는 극복해야 할 과제

북극항로는 여러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은 항로이기도 하다. 북극의 경제성이 확인될수록 북극권 국가들 간의 영유권 및 자원 개발 경쟁은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극을 ‘군사화와 무관한 협력의 공간’으로 남겨두자는 ‘북극 예외주의(Arctic Exceptionalism)’를 종식시켰다. 이로 인해 북극이사회의 기능은 정지되었고,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NATO)에 가입하면서 북극은 러시아와 나토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새로운 안보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혼란한 국제 정세 속 북극항로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러시아는 북극해 항로 전체를 자국 영토 내 해상운송로로 간주하고 ‘2035년까지 북극항로 개발 계획’을 발표하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9척의 쇄빙선을 운용 중이며, 2030년까지 총 17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북극항로 연안에 항만 시설과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상 및 해빙 정보를 제공하는 등 항로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투자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한편,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러시아의 통제권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현재 보유 중인 쇄빙선은 2척에 불과하다. 이에 2029년까지 최소 6척의 신규 쇄빙선을 도입하고, 캐나다·핀란드와 ‘쇄빙선 협력 협정(ICE Pact)’을 체결하는 등 추격에 나서고 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북극항로 이용에도 일부 제약이 발생하고 있다. 향후 북극항로를 두고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의 돌파구, 미국과 캐나다는 군사·안보적 전략 수단, 북유럽 국가는 자국 조선업의 성장 기회로 여길 전망이다.

기후 온난화로 북극항로 운항이 가능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기상 변화와 해빙 상황은 안전 운항의 큰 제약 요소다. 또 북극 환경의 취약성으로 인해 환경 보호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요구도 높은 상황이다.

“종합적 대응 전략 통해 조선·해운업 활력 기대”

우리나라는 2010년대 중반부터 북극항로가 우리의 공급망, 에너지, 해운·조선 등 핵심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을 인지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종합적인 대응 전략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해양수산부 주도로 ‘북극항로 정책 로드맵’을 수립하고, 연구 및 기술 개발, 항해 안전 협력 체계 구축에 나섰으며,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운용하며 북극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25년 3월에는 ‘북극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을 발의하고, 대통령 직속 ‘북극항로위원회’ 신설, 북극해운정보센터 설치, ‘북극전략펀드’ 조성 등 북극항로 관련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 민간기업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은 북극항로 개발을 구체화할 ‘2030 북극항로 신(新)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북극항로는 해운, 외교, 자원, 과학기술 등 모두 포함된 복잡한 의제이므로 단일 부처 중심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수부(해운·항만), 산업부(에너지·조선), 과기부(극지연구·기술) 등 관련 부처의 역량을 결집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워 정책의 일관성과 전략적 연계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통합 플랫폼도 필요하다. 조선, 해운, 에너지, 물류 등 각 산업이 개별적으로 북극항로에 투자할 경우 중복 투자와 정책 충돌 등이 발생할 수 있기에, 민관이 협력해 투자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통합 플랫폼을 통해 친환경 쇄빙·내빙선 건조 및 운영부터 에너지 자원과 연계된 물동량 확보, 항만 거점 구축 등 우리가 강점을 가진 조선과 해운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극항로의 경우 일반 해역과는 다른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극지 전문가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인재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극지에서 운영할 수 있는 고성능 쇄빙선, 위성 통신 등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북극항로를 두고 여러 시선이 존재하지만, 전 세계적인 공급망 위기와 지정학적 대립으로 또 하나의 공급망 노선으로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부가 ‘북극항로 개발’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정한만큼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 구체적 투자와 외교를 바탕으로 조선과 해운 산업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